REVIEW/옷소매 붉은 끝동 리뷰

산이 덕임에게 준 것들

다보아 2021. 12. 9. 19:13

[옷소매 붉은 끝동] 08화까지의 이야기

파란 글씨는 사족이자 해석

 

1. 닷냥

 

세작을 찾기 위해 산은 덕임에게 닷냥을 주었다. 덕임은 자신을 돈으로 매수하려고 드는 정체 모를 사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여 그에게 받은 돈을 던져버렸고 닷냥은 모두 바닥에 떨어졌다.

 

하지만 덕임은 바닥에 떨어진 돈이 신경 쓰여 주워왔고, 이 돈을 정말 가져도 될까 생각했다.

 

받은 것을 돌려주었으나 결국 그것을 신경 쓰고 가져오게 된 덕임. 앞으로도 산이 내미는 것을 거부할 수 없을 것이라는 뜻이었을까.

 


2. 반성문

 

궐안을 망둥이처럼 뛰어다녀 자신을 연못에 빠뜨린 궁녀가 서고의 그 아이라는 것을 알게 된 산.

 

글씨만 보고도 덕임을 알아본 산. 

 

빨간색 줄만 남은 반성문을 덕임에게 주었다.

 

산은 웃었고, 덕임은 울었다.

 

반성문은 덕임의 손을 거처 가짜 겸사서(=산)에게 돌아왔다.

 


 

3. 연적

 

덕임이 자꾸만 신경 쓰이는 산. 절대 눈에 띄지 말라 했으나 막상 보이니 계속 곁에 두고 싶었다.

 

"늘 옆에 있다면 결국 보아도 보이지 않게 되겠지"

 

덕임에게 연적을 들려주며 항시 채워두고 비게 하지 말라 명했다. 

 

덕임에게 주는 것이 산의 마음을 뜻한다면 그 마음을 항상 신경 쓰고, 모른 채 하지 말라는 뜻이 될 수 있다. 또 그것이 산 자신이라면 자신을 보살피고 애정 해달라는 말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산은 덕임에게 애정을 갈구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연적을 받아 든 덕임. 연적의 목을 조르듯 괴롭혔으나 이내 곧 표정이 풀리고 귀한 것 다루듯 닦았다.

 

싫어도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결국 제 손에 들어온 산(혹은 산의 마음)이 미워도 보듬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려주는 게 아닐까?

 


4. 서책들

 

 

"너에게 사줄 것이 있는데" 하고 들른 서책방. 산은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덕임에게 (사) 준다. 

 

영문을 알 수 없어 그저 얼떨떨한 덕임

 

주는 이의 마음은 상이었으나 받는 이의 마음은 벌이었고.

 

덕임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갖고 싶어 하는지 알려고 조차 하지 않는 산의 일방적인 선물이었다.

 

그것이 고백이 되는 순간 책은 무너진 탑처럼 바닥으로 떨어졌다.

 

산이 덕임의 손에 들려준 마음이 덕임에게는 무거운 것이었다. 또 덕임의 뜻은 신경 쓰지 않고 휙휙 쌓아준 책더미는 공들여 쌓지 않은 탑이기에 쉽게 무너질 밖에... 

 

책을 주워 궁으로 돌아온 덕임은 밤하늘 아래 서책들을 어루만지며 생각에 잠긴다.

 

놓쳐버린 것들을 다시금 주워온 덕임. 아무리 무겁다 한들 받은 마음을 잘 가져왔다. 오히려 그 책을 산을 위로하기 위해 직접 읽어주었고 금족령을 받은 세손의 방에 두고 몰래 넣어두었다. 처음에는 원하는 것과 다른 선물이었지만 그 서책들은 결국 덕임에게도 의미 있는 물건이 된다. 이후 그 책은 산에게 덕임을 생각하는 매개체가 되었다.


5. 배롱나무 꽃

 

덕임에게 보여줄 것이 있어 손목을 잡고 달리듯 걸어왔다.

 

덕임과 함께 걷는 모양새는 아니다. 오히려 덕임은 끌려가고 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처음 핀 꽃이었다. 내가 너를 좋아하는 마음처럼 이 꽃이 이제야 활짝 폈다고, 이 붉은 꽃을 네게 보여주고팠다고

 

덕임은 산의 마음이 낯설고 두려웠다.

 

의미가 있을까 물은 것은 이미 의미부여를 끝마쳤기에 물어본 말이었다. 그 꽃은 덕임의 옷소매처럼 붉은색이니, 이 꽃을 보라고. 너는 내 사람이라고. 또 이 꽃처럼 활짝 피어 너를 향하고 있는 내 마음을 봐달라고 말하는 산이었다.

 


6. 감귤 

 

산은 서상궁의 눈을 피해 숨겨온 감귤을 덕임에게 내밀었다.

 

궁인들끼리 나눠 먹으라 주었던 감귤을 서상궁의 말을 듣고 다시 가져왔다. 많은 이들이 탐내고, 갖겠다고 싸울 만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마음은 오로지 덕임에게 줄 것이었으니까. 소맷자락에 몰래 숨겨운 감귤이었지만 그것을 꺼내어 내미는 것에는 주저함이 없었다.

 

귤을 받아 든 덕임에게 밝은 표정이 스쳤지만 이내 그 뜻을 깨닫고 감귤을 내려놓는다.

 

덕임은 자신을 위해 감귤을 가져온 산에게 감동했지만 바로 표정이 바뀌었다. 부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 감귤은 저하의 마음이다. 애써 모른척하고 있었던, 나를 향한 마음. 상처주기 싫어 미뤄두었으나 이제 그럴 수 없다. 그것을 감히 받들 수 없다. 이제는 정말 사양해야 한다.

 

고작 과일인데 받아주지 않는 덕임에게 화가 난 산은 그녀의 손에 감귤을 다시금 쥐어주고

 

덕임의 생각과 의지, 마음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그저 덕임이 이것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뿐인 산. 처음으로 '덕임이 받는' 것을 의식했다.

 

덕임은 감히 받들 수 없다며 사양한다. 

 

그렇게 떠나간 산과 아직 남아 있는 덕임. 차마 감귤을 볼 수조차 없어 시선을 피한다.

 


6. 여범

 

"받아라 네 책이다."

 

산은 덕임에게 여범을 가져다주었다. 

산이 가져다준 여범을 바라보는 덕임.

 

책을 돌려주면서도 산은 아무 말이 없었다. 덕임이 아직 살아 있고, 벌을 받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산의 덕분이었는데. 산은 그에 대한 어떤 말도 하지 않는다.

 

마침내 덕임은 여범을 품에 안는다.

 

책을 품에 안고 서로를 바라본다. 이제는 눈을 피하지도, 받은 것을 돌려주지도 않는다.

 


산은 덕임에게 많은 것을 주었고, 각각이 산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하지만 주고 싶은 것을, 주고 싶을 때 주는 산의 마음이 상당히 일방적이다. 그것을 받는 덕임의 입장에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이후 그 물건을 어떻게 하는지 관심조차 없었다. 매번 거절당하고 있었는데 말이다. (#산이는참지않긔) 그러던 산이 '감귤'까지 와서야 덕임이 제 손이 그것을 받는지가 중요해졌다. 덕임의 손에 그것이 남아있길 바라는 마음에 다시금 손에 쥐어주기까지 한다. 이후 '여범'에 와서는 그저 내밀고, 덕임이 받아주기를 기다린다. 강제로 손에 쥐어주는 것이 아니라 덕임이 스스로 받아 들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덕임에게 주는 그것이 무엇인지 강요하지 않고서 말이다.

 

이제야 조금은 성숙해진 걸까.

이제야 사랑은 일방향이 아니라 둘이서 함께 하는 것임을 깨달은 걸까.

 

-

 

 

Dabo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