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옷소매 붉은 끝동 리뷰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다보아 2022. 1. 3. 13:46

 [옷소매 붉은 끝동] 17화까지의 이야기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또 알아준다는 것은 무엇일까.

 

작가는 이미 모두에게 알려주었다.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는 것을.

 

또, 살아서 말하지 않고 간직한 마음은 죽어서야 비로소 알게 된다는 것을.

 

덕임은 알고 있다. 사람의 마음이란 무릇 직접 물어보아야 하는 것이라고. 

 

또한 알고 있다. 사람의 마음을 직접 듣는 것이 아니라면 아무 의미 없다는 것을.

 

하여 서로의 마음을 알면서도 물었다. 내가 당신을 좋아하는 것만큼 당신도 나를 좋아하고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더욱 알고 싶었다.

 

하지만 안다는 것은 그것을 이해한다는 것을 뜻할 뿐이었다. 안다고 해서 모든 것에 의연할 수는 없었다. 

 

산과 덕임은 모두 서로에 대해 잘 알았다. 이 사람이 어떤 선택을 할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 사람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람의 선택을 이해한다고 해서 제가 상처받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었다. 덕임의 선택에 산은 마음이 아팠고, 산의 선택에 덕임은 슬펐다.

 

차라리 몰랐다면 더 나았을까. 애초에 몰랐다면 마음이라도 덜 아팠을까.

 

그러기엔 이미 서로를 너무 사랑해서. 서로를 보지 않고는 살 수 없는 두 사람이었다. 그래서 더욱 진심을 물어보고, 진심을 답해야 했다. 그것밖에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왕인 사내는 여인에게 할 수 없는 말이 있었다.

궁녀였고 이제는 후궁이 된 여인 역시 그랬다.

 

함께가 아니라면 살아갈 자신이 없는 사람과 그런 사람을 두고 곧 떠날 사람은 서로에게 원하는 답을 구할 수도, 내어줄 수도 없었다.

 

여인은 살아남기 위해 거짓말쟁이가 되어 살아왔으니 거짓말로 제 진심을 숨기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그렇게 마지막 순간, 혼자 남을 사람에게 다시 한번 모진 말 안에 제 마음을 감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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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하고 싶은 말은 다시 만나도 당신을 사랑하게 될 것 같다는 마음이었겠지. 다시 만난 그때에도 이번과 같은 선택을 할 것 같으니, 당신이라도 나를 사랑하지 말아 달라는 부탁이었겠지. 

 

혼자 남을 사람을 위해 더욱 그랬을 것이다. 이리도 모진 나를 오래 기억하진 말라고, 당신은 강인한 사람이니 괜찮을 거라고.

 

사랑하는 여인이 떠나 홀로 남은 세상, 사내는 거짓말쟁이가 되기로 했다. 살기 위해 거짓말쟁이가 되었던 여인처럼 견디기 위해 거짓말쟁이가 되어버렸다.

 

그녀가 떠났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게 덕임의 죽음을 이해했다. 하지만 늘 그랬듯 의연하고, 상처받지 않는 방법은 알지 못했다.

 

덕임이 없는 세상에는 물어볼 진심도 답할 진심도 없었다. 덕임이 떠나고 산의 얼굴에는 그 어떤 표정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렇게 겨우 견디어낸 산이었다.

 

두 사람이 모두 세상을 떠나 겨우 만났다. 끝내 서로의 진심을 숨기지 않아도 된다. 살아생전 서로에게 숨긴 일들을 모두 알았고, 모두 이해했다. 그리고 이제는 두 사람이 함께여서 그 어떤 상처도 씻어낼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살기 위해, 견디기 위해 거짓말쟁이가 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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