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 말해요] 01화의 이야기
우주와 동진의 가방
한 여자가 있다. 화려한 옷과 어울리지 않는 것은 장례식장이라는 장소뿐만이 아니었다. 편해 보이지만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것, 바로 가방이었다. 게다가 그 가방은 무언가 짐이 한가득 들어있다. 가방 부피에 따라 뻗어나간 팔목에는 힘이 없어 보인다.
한 남자가 있다. 누군가는 '잘생긴 얼굴'을 이야기하고 누군가는 '돈꾸러 온 얼굴'을 이야기하게 하는 남자. 남자의 한쪽 어깨에는 닳아있는 가방끈이 보인다. 한 어깨에 짊어진 그 무거운 짐은 버석한 얼굴과 힘없는 몸짓에 영향을 끼쳤을 게 분명한 모양새였다.
겨우 붙들고 있던 가방이 쏟아졌을 때, 여자는 무너졌다. 가방 뿐 아니라 몸과 마음까지 힘껏 붙잡고 있었던 듯 했다. 그렇게 주저앉아 울었다. 가방에서 나온 겉옷은, 여자의 삶을 언뜻 짐작하게 했다. 그 옷 때문에 가방이 그리도 불룩했구나, 예쁜 옷보다는 편한 옷을 입어야 하는 삶을 살아야 했구나, 하고.
남자는 가방을 내려놓았다. 그런데도 걸음이 전혀 가벼워보이지 않았다. 한참을 바라보다 들어간 그 자리, 그 상황. 남자를 위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가방을 짊어지고 들어선 전시장의 어두움이 더 안온해 보였으니 말이다.
언젠가 두 사람이 크고 무거운 그리고 낡기만한 그 가방을 내려놓고, 스스로가 짊어진 짐까지 내려놓고 서로를 바라보며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석 말라버린 그 삶에 생기가 돌았으면 좋겠다. 노을이 물든 그들의 세상에 함께하는 건 서글픈 눈물이 아니라 따뜻한 사랑이었으면 좋겠다.
Daboa